작은 아씨들 (2019) 영화 리뷰

영화를 보았다. 오랜만에 본 영화이다. 여자친구랑 같이 보았다. 본래 나는 아무 생각없이 가볍게 시작하는 영화가 좋다. 동시에 어떤 깨달음이나 여운을 주는 영화가 좋다. 엔딩이 확실한 영화. 그런 점에서 기생충은 최근 1년간 본 영화 중에 가장 임팩트가 있었지 않나 싶다. 기회가 된다면 한번 더 보고 싶다. 나는 약간 유머러스한 조조 래빗이라는 영화에 마음이 더 끌렸지만 작은 아씨들의 예고편을 보고 썩 나쁘지는 않겠다 싶어서 선택했다. 사실 여자친구가 더 보고 싶어해서 보게 되었다.

일상적이다. 첫째 메그는 배우가 되고 싶었으나 소소한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아내가 되었고, 둘째 조는 유명한 작가를 꿈꾸고 계속 고군분투하지만, 피아노 치기를 좋아하는 병약한 셋쩨 베스의 죽음을 가까이서 겪고 울분을 토하게 된다. 넷째 에이미는 언니 조를 미워하고 소중한 것들을 빼앗기도 했지만 결국 찌질함을 극복하고 미성의 남자 로리와 잘 된다. 조는 슬픔을 극복하고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다.

영화의 배경은 옛날이다. 정확히 찾아보기 전까지는 대충 20세기 초반인 줄 알았으나 19세기란다. 뭐 그거나 그거나. 역사와는 전혀 친근하지 않은 나에게는 세계사의 흐름을 잘 모른다. 대충 남북 전쟁에서 한 쪽은 노예제를 찬성하고 한 쪽은 노예제를 반대한다는 것 밖에 모른다. 그 즈음의 여성의 지위가 어느 정도로 볼품없었는지도 모른다. 애초에 영화의 고증에 대해서는 그렇게 큰 관심이 없다.

그 시대의 흐름을 잘 모른다면 영화를 이해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이 들 수 밖에 없다. 캐릭터들이 왜 저렇게 행동하지? 왜 저런 말을 하지? 자꾸 머릿속에 드는 의문점이 집중을 흐릴테니까. 하지만 잠깐, 영화 만드는 사람들도 멍청하지는 않다. 그 원작 소설에서 현대인들에게 호소할 수 있을 만한 것들을 뽑아내야 대중적으로도 먹힐 테니까, 그것이 무엇인가 생각해보자. 캐릭터부터 짚어보자.

우선 조. 조의 캐릭터는 명확하다. 조는 진취적이다. 결코 주어진 상황에 굴복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름 조차 중성적이다. (물론 한국인의 시선이지만 외국인 입장은 어떨지 모른다) 하지만 조는 정말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맞닥뜨리고 힘들어한다. 동생의 죽음은 정말 가슴이 찢어진다. 자신의 꿈을 위해 고된 길을 택했지만, 너무나도 외로워한다. (개인적으로 명언이라고 생각한다. Mom, I’m so lonely.. 하고 절규하는 조) 어릴 적 친구 로리를 마음속에 그리지만, 다시 좌절한다. 익숙하지 않은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혼란스러워 하지만, 지켜보는 이들 입장에서는 너무나 귀엽다. 와. 캐릭터 정말 사랑스럽게 잘 잡았다고 생각한다.

메그. 메그도 명언 하나 날렸다. 니 꿈이 중요하다고 해서 내 꿈이 안 중요한 건 아니야! (정확히는 “내 꿈과 네 꿈이 다르다고 해서 중요하지 않은 건 아냐”) 본래 배우라는 샤방샤방한 꿈을 꾸었지만, 다른 길을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걸 몸소 보여주셨다. 그리고 엠마 왓슨은 이쁘다.

베스는 병약하다.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다. 해탈했다. 왜 자신에게 이렇게 죽음이 빨리 찾아왔냐고 절규하지 않는다. 하고 싶은 게 많다고 떼쓰지도 않는다. 오히려 슬퍼하는 조를 달래준다. 죽음은 무겁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사실 죽음은 무거울 이유도 없다. 죽음이, 운명이 찾아오기 전에, 후회없이, 할 수 있는 걸 즐겁게 할 수 밖에 없지 않겠나. 나도 가까운 사람이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고, 그 사람은 그렇게까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뭐 아무리 그래도, 날 것의 죽음은 너무 어색한 존재여서 영영 친해질 수 없을 것 같다. 멀지도 않고 가깝지도 않고 참으로 어색하다.

에이미는 질투의 화신이고 찌질하다. 본인의 찌질한 면모를 싫어한다. 전혀 이해가지 않는 게 아니다. 나도 찌질하고, 그러한 면모를 남에게 보여주기 싫다. 에이미가 조의 소설을 태워버렸을 때 너무 심한 행동이었다고 마음을 쓰게 되는 장면도 너무 공감되었다. 고모 할머니와 같이 따라가게 되는 사람이 바로 자신이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 비로소 조를 이겨넘겼다 하고 더 통쾌하고 신나지 않았을까. 로리에게 처음 고백받았을 때에도 마음이 찢어지게 거절하는 장면도 가슴이 미어졌다. 참 사람 성격이란 것이 마음대로 되나. 성격도 그렇고 감정도 그렇고 마음대로 되는 게 없다. 평생 누군가와 비교당하며 살게 된다면 해탈한 성인군자가 아닌 이상 마음에 상처가 가득할 것이다. 에이미가 성장해가는 과정은 아름답게 그려졌다고 생각한다.

베스와 메그가 분량이 적어서 좀 더 해탈한 이미지였던 건지는 모르겠으나, 조와 에이미는 참 인간적으로 느껴지고 공감갈 만한 요소가 잘 배치되어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남자로서 로리의 행동이 좀 이해가 안갔다. 애초에 로리라는 인간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 등장인물들, 즉 여성들의 입장에서 로리를 묘사한 것이 아닌가 라고도 생각한다.

파티라는 게 그렇게 재밌을까? 그때 당시에는 인싸 아싸 할 것 없이 전부 파티를 즐겼던 건가? 아니다. 그냥 등장인물들이 다 인싸였던 것이다. 자기네 집에서 즉흥 연극을 하는 걸 보면 장난이 아니다. 자기 자신의 세계에 빠져있는 너드에게는 영화 전반적으로 매력적인 요소가 거의 없었다. 그나마 베스? 하지만 베스는 명예롭게 죽었다. 아싸는 명예로운 죽음을 앞둔 상태에서 해탈하여야 비로소 빛이 나는가? 웃기다.

아무튼 이 영화는 여자들이 보면 좋아할 만한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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